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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아내

헷빛 2023. 9. 25. 22:54

유교적 가부장제로 남성 아래 신분으로 전락한 조선후기의 여성, 남성에게 종속되며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여성들은 다음세대도 자신과 같은 처지로 길러냈다. 공적으로 활동할 수 없었기에 자신들의 의사를 명료하게 언어화 할 수도 없었기에, 그 시대에는 가부장제를 논리적으로 비판하거나 거부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대라고 반항하는 인간이 없었을리 만무하다. 
강명관교수의 글에 따르면 "가부장제에 갇힌 여성은 스스로를 가부장화함으로써 가부장제에 적응했지만, 때로는 일상에서 남성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남성을 통제하는 것으로 반발했다"고 한다.
며칠전 동네를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담소하는 할머니들의 말을 듣고 놀랐다.
 
"아니 젊은 여자가 남편을 쥐잡듯 나무라는 거예요"
"어머어머, 요즘 젊은 여자 애들 참 버릇없어, 어떻게 남자한테 그렇게 함부로 할 수가 있어"
"내가 다 속상하더라고, 어디서 배워 그렇게 남자를 야단치는지 원.."
 
전후맥락도 모른채, 여자가 남자를 나무라는 것만 보고, 남자편을 들었다.
70대로 보이는 여성들은 가부장제가 체화되어 있어, 생각하지도 않고 체화된 바를 따라 스스로를 남성화시켜 사회를 살아가고 인식한다. 
살아왔던 대로 관성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강명관교수는 '가부장제에 적응한 여성은 독한 시어머니가 되어 스스로 가부장의 권위를 아들 며느리에게 행사했다"고 한다.  그리곤 이덕무의 다음 글을 인용했다.
"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가난한 집안에서 시집와서 봉양을 잘하지 못한다고 미워한 나머지 가혹하고 각박하게 꾸짖고 나무라며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며느리가 스트레스 받은 끝에 말라죽게 만들고 때로는 칼로 독약으로 자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인륜의 큰 변고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나운 아내를 두어 종신토록 골머리를 앓는 사내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는 일마다 아내에게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천성이 거센 아내와 드잡이판을 벌이며 반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덕무가 한 말은 요즘도 적용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세상의 얼뜨기 사내들 중에 사나운 아내에게 쥐어 지내며 손발도 놀리지 못하는 자가 종종 있다. 이는 인륜의 큰 변고로서 왕법이 용서하지 못할 바인데, 능멸하고 구타하고 욕을 퍼붓는 등 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나운 아내는 대개 재주가 많아 생활력이 뛰어나다. 남편은 그것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에 아내가 그것을 빌미로 남편을 꽉잡고 통제한다. 남편은 꼼짝을 못하고사니 불쌍하지 않겠는가"

유교적 가부장제 확립 이후 시집온 여성을 훈육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 교육서가 만들어졌다고..
여성은 가사노동은 물론 치부 즉 돈을 관리하고 늘리는 일까지 해야했다. 즉 가부장제는 여성 노동을 수탈하며 성립된 것이다. 
사족 남성이 육체노동을 기피하고 가정 내부의 노동을 모두 여성의 몫으로 떠맡기며 수탈하려 했던 것이다. 

시집가서 시댁식구와 잘 지내야하고, 집안 살림도 잘 해 경제적으로도 윤택하게해야하고. 자식도 잘 성장시켜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잘 해도 기본 일 것이다. 의무라고 여겨, 칭찬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기때문이다. 작금의 상황도 그렇지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