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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n 유유자적n 방하착...?
국민대학교 명원박물관-이방운의 화첩 관련 전시 본문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전시 포스터, 마침 2024년 2월2일, 오늘이 전시 마지막날이다.
이방운의 화첩을 포스터로 삼았기에, 아기자기한 그의 그림으로 봄 기운이 올라오는 겨울 끝자락의 오후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찾아가 보았다.
국민대학교박물관인 명원박물관은 네이버 검색으로 어렵지않게 찾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시실에 들어서며 실망감이 훅 밀려왔다. 이방운의 진적 즉 실제작품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복제품을 전시한 것이었다. 게다가 울고 있는 전시보드들이라니...
'산수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이란 제하의 초대장을 보니, 학부 교양대학에 개설되었던 수업 ' 박물관 전시실무 큐레이터 양성' 의 결과로 이뤄진 전시임을 알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지도받은 학생들이 전시구성, 작품분석, 영상제작 및 연계프로그램기획, 포스터와 리플릿 제작 등을 주관하였다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각자의 지식과 기술[재능?]을 공유하여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었다.
융합인문학, 디지털인문학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었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과 큐레이팅에 대해 잘 몰라도 이건 좀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전시포스터에 학생들이 기획한 복사본 전시라는 안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1802년 가을, 청풍부사 안숙이 청풍 일대의 명승지를 유람하고서 자신의 감상을 다양한 시문으로 쓰고서, 이방운이라는 당대의 유명한 화가에게 청풍 일대의 명승지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것. 이것이 바로 ‘사군강산삼선수석첩(四郡江山參僊水石帖)’이라는 화첩이다.
2007년 매스컴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국민대학교박물관은 1986년부터 이 화첩을 소장해왔는데, 개교 60주년을 맞아 실물크기의 영인본으로 펴냈다고 한다. 여기에는 화첩에 딸린 시문과 발문이 탈초되어있고 뜻도 풀어 덧붙여졌다. 표지를 포함, 16면으로 꾸며진 화첩에는 도화동, 평등석, 금병산, 도담, 구담, 의림지, 수렴, 사인암 등 8개 명승지가 그려져 있다. 이중 다섯 곳이 현재 단양 8경에 속한다.
조선후기 기행문학과 기행사경도의 전통을 언급할 때 거론되는 화가중 한 사람인 이방운은 인척인 심사정을 비롯하여 강세황, 정선 등 남종문인화와 진경산수화의 영향을 고루 받은 인물이다.
바로 이런 화가의 그림을 보러 갔는데, 난데 없이 복제품에, 울고 있는 싸인보드를 대하니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전시기획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하지만 지도자의 지도 손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전시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작품이다. 작품을 잘 이해하고 오늘날에 잘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데 이 전시는 본말이 전도된 듯 했다. 작품 보다는 어디를 여행한 것이 기억에 남는지, 가기 쉽지 않은 지역으로 스템프 투어를 하라느니, 영상으로 찍은 실제 풍경의 동영상 등이 어설프게 나열된 것은 전시를 왜 하는가를 의심케 했다... 여행장려 전시인가..
안내브로쉬어를 보면, 굉장한 듯 한데, 실제 전시는 ...
학교측의 지원을 받아 하였다면, 지도교수가 지도하였다면, 브로쉬어나 포스터에만 신경쓸게 아니라, 본질에, 작품에 좀더 나가서도록 했어야 했다. 작품이 없다면 전시가 불가능할텐데, 작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평가없이, 어디를 그렸느니, 어디 여행이 기억이 남느니 하는 것으로는 전시라 하기 어렵다. 더욱이 복제품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너무 많은 자원을 쓴 것.
이 전시의 효용을 굳이 말하자면 '전통적인 것에 대한 또다른 해석'이라 해 볼 수 있는데, 그 해석이 너무 일천해 아쉬움이 크다.
AI시대에 인간으로서 살아남으려면 '나다움'이 있어야 한다. '나다움'은 남과 다른 나만의 해석, 나만의 시각, 행동 등이다. 전시가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면, 아니 그런 식으로 지도가 이루어졌다면 소기의 성과를 이뤘을 것이다.. 예컨대 구담과 사인암을 강하게 수직준을 내려 그은 모습으로 그렸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이런 식으로 산을 표현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비교해도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 복제본으로 전시한다면, 그런 류의 그림들을 모아 비교해보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도화동도>를 신선이 노니는 곳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면 몽유도원도를 비롯한 복숭아꽃이 핀 풍경의 그림들을 모아 보았다면...
전시공간이 협소하고, 층고가 너무 낮아 애초 여러 내용을 담기 어려운 공간의 제약이 있다면, 이것을 감안한 기획도 따랐으면 어땠을까...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한규설대감 저택을 들러보려 했는데, 매주 수요일에만 예약방문할 수 있다며 굳게 닫혀 있었다.
멀리서 찾아 갔는데...
봄을 부르는 따뜻한 볕 속에서
가쁘지도 않은데
숨을 몰아쉬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