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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n 유유자적n 방하착...?
담배방 본문
나의 집 앞에는 공공연하게 흡연처로 인식되는 공간이 있다. 여기서 흡연하는 이들로 인해, 부엌의 작은 창을 열면 고스란히 흡인하게 되곤 한다.
정말 괴롭다.
오늘 문득 읽은 글 중 담배에 관한 것이 있어 옮겨 적으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길가는 이들에게 달라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는 친소의 구별이 없는 것이며
부녀자에게 달라고 하면서 꺼리지 않으니 이는 남녀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또 종에게 달라고 해도 수치스러워하지 않으니 이는 존비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 순암선생문집 중 상헌수칠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담배인심이 후했다.
처음 보는이에게 담대 한대를 얻어 피우고, 불도 쉽게 얻어 붙였다.
기록을 보니 조선시대에는 더했다. 양반들은 길가다 모르는 이 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하인에게도 담배를 빌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참 뻔뻔한 시대였다.
여성 흡연자에 대한 기록은 정조대 활동했던 이덕무의 다음 글에서도 간파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부인의 덕을 크게 해치는 일이니 정결한 버릇이 아니다.
담배 냄새에 오래 훈습되면 흐르는 침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담배가루가 음식에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다 된 음식을 전부 버려야 하니 어찌 부인이 가까이 할 물건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계집종이 담배 피우는 도구를 가지고 가마 뒤를 따르는 것을 볼때 마다 밉다."
-사소절, 婦儀 중 事物 -
사소절은 선비가 지켜야 할 작은 예절을 적은 책이다. 여기서 부의 즉 부인의 의례 즉 예절은 양반가문의 여성이 지켜야 하는 것. 이덕무는 당시 유부녀 양반 중 흡연자들이 많았는데, 부엌에서 음식할때도 피웠던 바를 지적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런 여성들이 외출하면서 어린 여종에게 담뱃대와 담배갑, 부싯돌 등을 들게 했던 것 같다.
조선시대에 흡연이 얼마나 만연했는지는 다음의 글로 분명히 알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태어난지 열살 남짓 되면 남녀와 귀천을 불문하고 모두 담배를 배워 피운다. 아들이 아버지 옆에서, 아우가 형 옆에서 담배를 가로 물고 있고 노비가 그 주인 앞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 대고 있다."
- 무명자집: 연경, 담배의 모든 것, 이옥지음 안대회 옮김, 휴머니스트 출판 재인용-
담배가 언제 어디에서 국내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학계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여기지만 조선시대의 일부 기록을 통해 임진왜란 이전 부터 들어와 퍼져있었다는 설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조선시대 유명한 애연가는 정조대왕과 다산 정약용 등이다. 책읽고 글 쓰는데 담배가 필수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사례이기도 하다...
담배는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속도로 퍼졌다. 흡연하는 이들도 남녀노소, 상하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아이 어른, 남자 여자가 서로 마주 앉아 흡연했으니 일반 양반 사대부들이 보기에는 유교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런 비난이 여론화되었던 것인지 유득공이 쓴 세시풍속기 <경도잡지>에는
" 조정의 관리들이 거리를 지나갈때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매우 엄했다. 재상이나 홍문관 관원들이 지나가는데 담배를 피우는 자가 있으면 우선 길가의 집에 구금시켜 놓고 나중에 잡아다가 그 죄를 다스린다"고 했다.
하지만 담배에 관한 예절은 규범으로 정착되기 까지 오랜시간과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기'라는 사대부가 쓴 글에
"오늘날 세상에서 어른과 어린이의 윤리와 존귀한 자와 비천한 자의 질서가 모조리 사라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담배에 있다.
담배가 그런 질서를 망가뜨릴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질서를 망가뜨리는 이유가 담배에 있는 것이다.
하늘이 장차 담배를 통해 어른과 어린이, 존귀한 자와 비천한 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뒤섞어 뒤죽박죽의 세계를 만드려는 의도를 가진게 아닌지 모르겠다"
사대부들의 담배예절에 대한 규제는 성공했을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연장자 앞에서 맞담배 피우는 것, 신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맞담배 하던 것이 거의 사라지게되었고,
여성들이 공공연하게 담배피우는 것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각설하고...
길에서 공공연하게 담배피우는 것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길을 걸으며 담배 피우는 것도
주차장 한켠에서 담배피우는 것도
나의 집 부엌으로 담배연기가 올라오는 곳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부디 봄부터는 3월부터는 그랬으면 좋겠다. 새해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며, 바라는 바다.
노래방, PC방, 빨래방 처럼,
담배 피우는 방을 만들면 어떨까?
담배 피우는 이들도 좋은 공기 마시고 싶을테니
공기 정화시설 빵빵하게 갖추고, 청결하게 유지하며
한 사람씩 몇분에 얼마라는 가격을 정해 받으면 어떨까?
사업성이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