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의식 그리고 인구
사회적으로 남녀에 대한 역할과 가치 등을 나눠 생각하는 것. 젠더
우리 전통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가치 행위규범에 대한 정의가 이뤄진 시기는 조선후기로 보인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선조는 남성에겐 효와 충절을, 여성에겐 열녀의 개념을 백성에게 교화하려 들었고 마침내 조선후기엔 성공했다.
자료를 보다보면 충보다 효가 더강조된 듯하고 여성에게 절개를 지키며 남성 중심 사회에 몸을 놀려 부지런히 일할것을 은근히 강요한 사회였다.
여성이 여성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란 만무한 시대.. 이 시대의 젠더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그래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스스를 비롯하여 타자와 사회에 대한 인식을 거의 할 수 없었던 시대, 만들어진 규범 속에서 규범화된 가치관 속에서 여성의 '여성으로서의 인식'은 남성이 정한 틀속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양상이 아직까지도, 우리사회 저변에 깔린 인식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자가 어디 감히"
"여자가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하지 어디 운전을.."
"집에서 애나 키우고 살림이나 하지 왜 사회에 나와서.."
요즘은 이런 말을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이 표면적으론 많이 줄었다.
하지만 사회 생활하는 남성들의 인식 저변에 저러한 생각이 사라졌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종종 사건화되는 일들의 양상을 보면 남성의 여성에 대한 저런 인식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을 남성과 함께 살아가는 주체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종속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는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존재하는 것 같다. 임금이 낮고 몸으로 시간을 버티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성의 전당이라 여겨온 대학교수들 사이에도 여성을 하등인간으로 남성에게 종속된 부록으로 여기는 이들이 은근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기가막힌 것은 자신이 남성인줄 착각하며 사는 여성들이다.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들"이라 했다.
여성의 신체적 정석적 감성적 특징을 무시하고 마찬가지로 남성 각자의 특성을 무시한채 남성은 이래야한다고, 아니 그들에겐 남성이라기보단 인간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강한 남성의 표본을 자기화하여 그것을 자기와 동일시함으로서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드는 여성들 말이다. 큰소리로, 강요하며, 남성처럼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강제하려드는 여성들 말이다.
나이들면서는 건강이 중요 문제가 된다. 50이 넘으면서 건강의 이상으로 활동을 잘 못하게되면서 자기관리를 잘 못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여성으로서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교육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성장하면서 몸에 대한 인식을 하지 않았다. 몸보다 정신이 우위라는 생각으로 2-30대를 보낸 결과, 몸은 이리저리 망가졌다. 망가진 몸은 잘 회복되지 않는다. 요즘처럼 몸을 자기표현의 대상중 하나로 여겼다면, 아니 그보다도 몸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만이라도 했다면 몸을 혹사해가며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젠더 감성이 없던 3-40년 전에는 그저 얼굴 하나만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가 싶다. 얼굴 이쁘면 잘생기면 그만이었다. 건강한거보단 날씬한 것을 선호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어쨌든 하려던 이야기는 젠더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우리사회에선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좀 되었다 해도 여성성과 남성성을 대립항 처럼 만들어 놓은 개념은 조선후기 성리학교조적인 사회가 정착되면서 형성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아직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임진왜란 이전 사회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조선후기 보다 자유로웠다고 말해도, 여성이 남성에게 억압 당하지 않던 시절이 우리 전통에서 더 오래되었다고 해도, 사람들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전통이라나 뭐라나... 해가며 말이다.
특히 자신의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못한 이들은 더욱더.
인간은 죽을때 까지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할 일은 50대 이후 국민들을 재교육하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 대학이 문을 닫고 교수들이 실직자가 되는 마당에 이들 자원을 활용하여 재교육해나간다면 우리사회는 어쩌면 인구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현재 부모라는 60-70대들 중 상당수가 못배우고 어려운 환경에서 형성된 가치관으로 자식을 동료를 이웃을 그리고 며느리를 함부로 대하고 적대시하고 꼴통처럼 구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0대 이후 국민들에게, 중등교육을 의무교육하듯, 1~3년 간의 의무교육을 시키는 것이 어떨까 한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제대로 받지 못한 교육을 다시 시켜서 조금이라도 생각의 틈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꼴통처럼 보이는 이른바 전통이라 불리는 젠더 의식이 바뀔 여지가 생길것이다, 그러면 인구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정말로~